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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기고] ‘할매라테’ ‘외할머니 참기름’ 그리고 도시재생(2017. 10. 19.))

<기고, 헤럴드경제(2017. 10. 19)>

‘할매라테’ ‘외할머니 참기름’ 그리고 도시재생

국토교통부 1차관 손병석

서울 이태원에 경리단 길이 있다면 경상남도 김해에는 ‘봉리단 길’이 있다. 봉리단 길은 쇠퇴해가던 구도심에 각자만의 개성을 살린 카페와 식당, 직접 공예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공방 등이 들어서며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할매리카노’와 ‘할매라테’를 마실 수 있는 ‘회현당’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곳에서는 어르신들이 직접 생산한 ‘외할머니 참기름’도 살 수 있다.

회현당은 쇠퇴한 구도심에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모아 만든 마을 기업이다. 조그마한 마을 기업이 지역 어르신들에게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해 주었고 활력을 잃어가던 거리에는 문화를 입히며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노후화된 마을을 되살려 보겠다는 주민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도시재생’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기여한 사례다.

이처럼 낙후된 구도심을 다시 살기 좋은 도시로 되살리는 도시재생에 정부는 적극적이다.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부동산 투기 세력이 시장을 과열시켜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고 결국 공동체를 훼손할 것이라는 것이다.

기존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사업의 성과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도시재생은 단순한 재개발, 재건축이 아니다. 우리 삶의 공간을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으로 다시 디자인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활성화시키는 ‘도시 재창조’다. 그 과정에서 사업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도시재생 사업의 중요한 한 축이 공적임대주택의 확대에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도심 내 유휴부지, 빈집 매입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공적임대주택을 확대하고 공영 상가를 공급한다면 쇠퇴하고 외면 받던 지역이 살기 좋은 공간으로 재활성화 될 것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따뜻한 재생’이라는 가치를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이다.

주민들의 삶의 문제를 가장 먼저 고민하고 원주민들이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각 지역의 색깔과 문화, 전통을 살려 도시의 활력이 되고 주민 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만들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스마트 기술과 서비스도 접목한다.

‘회현당’의 사례처럼 지역 주민이 직접 사업을 기획하고 참여하는 다양한 ‘주민 주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민들이 모여 스스로 일거리를 만들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지역사회의 장’도 마련된다.

주민 모임 및 공동체가 성숙해지면 주민 주도로 협동조합, 마을 기업 등의 조직을 설립하여 보다 지속 가능한 지역 일자리를 만들 예정이다. 수익 일부는 지역사회 발전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도 갖출 것이다. 지역의 대학, 민간기업 등과 연계하여 청년 창업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기존 주민이나 상인들이 삶의 터전을 계속 지킬 수 있도록 도시재생 사업과 함께 공공임대 주택 및 공영 상가 공급도 함께 진행한다.

도시재생 뉴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도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훌륭한 아이디어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의지와 끈기는 결국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 지자체 등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상생 협약, 재능 기부 등 스스로 기여하는 방안들을 만들어 모두의 희망이 될 도시재생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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