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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기고] 그린리모델링, 1℃를 위한 날갯짓

<기고문, 파이낸셜(’20. 8. 31.(월) 게재>

그린리모델링, 1℃를 위한 날갯짓

박 선 호(국토교통부 제1차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와 54일간 이어진 역대 최장 장마까지, 유례없는 재해로 우리의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PC*)’에서 예측했던 기후변화 이슈가 한층 더 무겁게 와 닿는다. IPP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 이후 지구 온도는 1℃가량 상승했으며, 이로 인해 공기 중에 수증기 7%가 증가해 지구 곳곳에 물 폭탄을 떨어트릴 것으로 봤다. 지구 온도가 1.5℃ 이상 상승할 경우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지구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였다. 마치 영화 투모로우처럼 말이다.

*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국제사회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2℃ 이내로 유지하기로 했고 195개 국가가 동참했다. 우리나라도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37%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신축건물에 대해 제로에너지건물 인증을 의무화하는 등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엄격한 인증기준 적용을 통해 우수한 에너지 성능을 갖추게 하는 신축 건물과 달리, 노후 건축물에 대한 관심은 다소 부족했다. 우리나라 전체 건축물 약 720만 동 가운데 70%는 준공 후 15년이 넘은 노후 건축물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 건축물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건축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960만 톤 절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확보가 필수다.

이에 정부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20%를 차지하는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그린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대응, 국민의 삶의 질 개선, 일자리 창출, 신산업 육성이라는 일석 사조의 효과를 기대한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그린리모델링은 어린이집, 보건소 등 노후 공공건축물과 노후 공공임대주택부터 사업을 시작한다.

그린리모델링은 노후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높이고 효율을 개선해 환경친화적인 건축물로 재탄생시킬 것이다. 공공건축물 약 2천 동을 그린리모델링하게 되면 84만 그루의 나무를 심은 것과 같은 12만여 톤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대전의 한 영구임대주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에너지 절감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는 전용면적 26m2부터 52m2까지 모든 평형에서 에너지 소요량이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착한사업이기도 하다.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 감소는 관리비 절감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준다. 여기에 더해 결로, 곰팡이, 미세먼지 등의 감소는 전염성 호흡기 질환 등의 발생을 줄여줘 쾌적하고 건강한 생활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건물 가치 향상이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과 신산업 육성에도 많은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는 노후 공공건축물 2천 동과 노후 공공임대주택 18만6천 호의 에너지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2022년까지 2조4,150억 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초기 시장의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고효율 설비, 친환경 자재 등 관련 산업에 대한 민간의 관심과 투자를 이끌어내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갈 계획이다.

세계가 내뿜는 온실가스의 양에 비해 어린이집 한 동, 공공임대주택 한 세대를 리모델링해 줄인 온실가스는 다소 적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거대한 태풍을 일으키듯, 작은 변화가 커다란 혁신을 만들 수 있다. 그린리모델링이 지구의 1℃를 위한 나비의 날갯짓이 될 것이라 믿으며 그 변화의 움직임에 우리 국민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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